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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TC 소식/ Hot News

<취재메모> 동부산과 두바이(2008. 5. 5 조선일보)

두바이 '알 알리 그룹'의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참여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90년대 후반 처음 거론된 이후, 동부산관광단지는 번듯한 나들이 장소 하나없는 부산에 역사문화단지, 영상테마파크 등 멋진 놀이공간을 선물할 것이란 기대감에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까지 사실상 제자리 걸음만 해왔다. 그런데 개발사업자가 나타나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사업 진행 속도가 잰 걸음을 하게 됐다는 것 자체도 흐뭇하지만 '두바이'가 부산에 도전장을 냈다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동부산관광단지는 10년 전 삼성·일본 노무라연구소가 사업 구상 용역을 할 때부터 "사업성, 경제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었다. 그동안 삼성, 현대, 포스코 등 한국의 유수한 건설·개발업자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거쳐갔고, 미국 MGM이나 영국 서머스톤사 등도 손을 대려다 어그러진 데는 이런 이유가 숨어 있었다.

 

그러나 '두바이' 측은 동부산관광단지의 잠재력에 방점을 찍었다. 부산시 측 말에 따르면 알 알리 그룹 CEO가 직접 운동화를 신고 해당 부지를 2번 답사한 뒤 참여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알 알리 그룹 측이 해운대와 기장의 조건, 입지에 반했다는 것이다.

 

이는 어떻게 보면 모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두바이의 기적을 떠올려 본다. 모래뿐인 사막에 푸른 잔디와 우거진 숲으로 이뤄진 골프장을 만들고, 바다 위에 세계 지도를 닮은 인공섬을 만들어 각국의 갑부들에게 분양해 세계를 놀라게 한 그 기적 말이다. 2㎞의 수로를 타고 흐르는 물미끄럼틀 등 누구나 "안된다"는 것을 한 기발한 발상과 행동이 '두바이 기적'의 바탕이다.

 

두바이가 동부산관광단지에 어떤 상상력, 마술을 풀어 놓을지 벌써 궁금해진다. 물론,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중간에 나자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을 지 모른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꿈을 꿔 본다는 것, 부산에 좋은 일이다.